[이진영의 뷰파인더] '화성에서 밀키트를 만들거에요'.. 4차원 셰프 최지형의 이야기

이진영 승인 2021.08.26 21:01 의견 0


셰프 최지형은 35살의 젊은 요리사다.

음식이 좋아 미국행을 결심해 존스앤 웨일즈 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조리, 호텔 경영을 전공했다.

이후 미슐랭 2스타 마레아를 거쳐 ’세계1위 레스토랑‘으로 유명한 일레븐 메디슨 파크에서 근무했다.

화려한 경력을 뒤로한 채 지난 2017년 귀국한 그는 파격적인 시도로 국내 외식시장에 큰 충격을 안긴다.

모두의 예상을 깨고 순대와 와인, 전통주를 매칭한 식당을 개업한 것. 그리고 오픈 채 1년도 되지않아 세계 최초 순대로 미슐랭 플레이트에 오르는 기염을 토한다.

지난 2020년 ’더 좋은 공간으로 찾아뵙겠다‘며 잠정 휴업을 선언하고 작은 와인바를 오픈 했지만, 그는 여전히 순대를 만들며 새로운 시도를 계획중이었다.

지난 12일, 또 한번의 도전을 위해 고군분투 중인 그를 더파인더가 담아봤다.

다음은 본지 <더파인더> 이진영 기자와 최지형 셰프의 인터뷰 전문이다.

요리를 시작한 계기가 궁금합니다.

집안의 특성상 미술분야에 종사하는 분들이 많아 남들이 태권도장에 갈 때 저는 자연스레 붓을 잡았어요. 유아미술부터 시작해 10년 넘게 미술을 공부하던 중, 삼촌께서 돌아가시며 점차 미술에 흥미를 잃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입시 준비를 하던 제게 어머니께서 요식업계의 전망을 설명하시며 요리를 하는 것을 권유하셨습니다.

어릴때부터 자주 요리를 했고, 평소 흥미도 있던 터라 조리학과에 진학하게 됐습니다.

유학을 간 계기가

전문대에서 공부하던 중 미국에서 요리를 하고 싶어졌습니다. 당시 문화교류(J1)비자를 통해 마이에미에 위치한 리츠칼튼 호텔에서 근무했습니다.

함께 근무했던 동료들은 대부분 30여년 근속의 베테랑 요리사들이셨는데, 그 위 책임자들은 대부분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이었어요.

이상한 기분이 들어 알아본 결과 대부분의 책임자들은 조리학과를 진학했지만, 동료분들은 대학교에 진학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어느정도 위치를 유지하려면 대학 진학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나도 존스앤 웨일즈 대학에 진학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식당이 있나요?

‘세계 1위 레스토랑’으로 유명한 일레븐 메디슨 파크(이하 EMP)가 기억에 남습니다.

EMP의 경우 워낙 많은 셰프들이 지원을 하다 보니, 실무 면접을 봐요. 보통 오믈렛을 만들거나 특정 쟤료를 주는데, 저는 관자 2개를 줬습니다.

특히 어쩐일인지 그날은 다니엘 흄이 현장에 계셨고 직접 면접을 보게 됐습니다.

너무 떨렸던 나머지 무슨 음식을 했는지도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당시 내 요리를 본 대니엘 흄 셰프는 전 요리사들을 불러 모아 내게 요리 설명을 시키셨고, 내 요리를 모두 맛보게 하셨어요.

그렇게 다니엘 흄의 총애로 운 좋게 면접을 합격하고 꿈에 그리던 식당에서 일을 할 수 있었습니다.

업장을 열기까지의 과정이 궁금합니다

대학원 졸업 후 ‘미국에 있느냐’, ‘한국에 돌아가느냐’의 기로에서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결국 귀국을 선택했고, 다른 곳에서 근무를 하면 5년 정도의 시간이 금세 다시 흐를 것 같아 나의 업장을 차리기로 결심했어요.

보통 유학을 다녀오면 그곳에서 배운 것을 어떻게 적용할까를 생각하며 괴리가 생기는데, 저는 큰 고민 없이 ‘순대 집’을 오픈했어요. 전부터 하고 싶었던 목표기도 했고요.

마침 ‘미슐랭 1스타’를 받은 중식당의 옆 자리에 좋은 자리가 생겼고, ‘미슐랭이 들어오는 지역이니 열심히 하다보면 좋은 결과가 있을거다’는 생각으로 계약을 했습니다.

그리고 오픈 1년차에 미슐랭 플레이트를 받았어요 (웃음)

순대집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외가댁이 함경도 피난민 집안이어서, 어릴 때 부터 순대를 만들었어요.

할머니 손을 잡고 마장동에 들려 돼지 피를 구매하고, 막걸리 뚜껑을 잘라 손가락으로 소를 채워 순대를 만들었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미국에서 요리하며 배웠던 것 중 하나가 오래가는 브랜드들은 좋은 메뉴를 파는게 아닌 ‘스토리’를 판다는 거에요.

그래서 나만이 만들 수 있는 스토리를 한번 풀어보고 싶었죠. 트랜드를 따라가기 보다는 가장 나 답고, 잘 할 수 있는 요리들에 대중성을 더하는 방향을 선택했어요.

순대를 하며 힘든점은 없었나?

너무 힘들었어요.(웃음) 우선 순대는 쟤료를 구하는 것부터 일이거든요.

돼지피와 소창은 위생문제도 있고 정식으로 거래가 되지 않아 매번 직접 사러 가야했습니다.

당시에는 자가용도 없어서 일명 ‘구르마’를 끌고 새벽 지하철을 타고 사왔었는데, 한 여름에 마장동을 한곳 한곳 찾아다니고 지하철 계단을 오르내리다 보면 온몸이 땀으로 젖어있었죠.(웃음)

그리고 좁은 주방에서 돼지 피와 소창을 가공하고 순대에 들어가는 20여개의 쟤료를 모두 준비했어요 한가지 쟤료가 살짝 상해 모두 폐기하는 일도 종종 있었는데, 정말 상상도 하기 싫습니다.

한번 만들 때 평균 120킬로의 순대를 만들었으니까,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일이었어요

그럼에도 순대를 고집하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제 목표는 좋은 한식 콘텐츠로 외국인들에게 한식을 알릴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거에요.

한국을 넘어 외국에도 한식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고, 모두가 아는 한식 브랜드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봉준호 감독의 이야기 중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거다”는 말을 좋아해요.

저 역시도 ‘순대’가 가장 나 다운것이라 생각하고, 가장 나 다운 것이 곧 한국적인 것으로 생각해 순대를 고집합니다.

갑작스레 와인바를 열게된 이유가 있다면요?

와인바는 나와 정재용 이사, 김호윤 셰프, 김대영 대표. 이렇게 4명이 의기투합한 프로젝트에요.

4명 모두 전통적인 외식업을 경험해본 사람으로서, 패션 프로젝트가 필요하기도 했고 실험적인 공간이 필요했죠.

와인바는 특유의 재치 속에서 다양한 시도를 할 수있고 또 이에 대한 거부감이 크지 않은 유일한 형태의 업장이에요.

손님들과 충분히 소통하며 다양한 시도를 할수 있을거란 생각에 함께 하게 됐습니다.

와인바 열풍이라는 이야기도 들립니다.

1년 전에 비해 많은 와인바들이 생겼고, 충분히 열풍이라 할만 해요.

대신 여전히 문턱이 낮아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와인을 즐기는 사람의 숫자가 늘어났다 해도 여전히 한정적거든요. 즉 와인을 드시지 않는 손님들도 와인문화가 즐겁고 좋은 문화라는 것을 알려드려야 공존할수 있습니다.

저의 경우는 엔트리 레벨의 와인으로 시작해 음식까지 먹어도 두 명 기준 10만원 초반의 가격대를 유지중이에요. 공간의 무게감은 어쩔 수 없지만, 손님들의 주머니에서 나가는 비용은 어렵지 않게 가자는 입장입니다..

물론 많은 와인바들이 잘 해주고 있지만, 가끔은 너무 시도하기 어려운 가격대와 컨셉으로 어필하는 업장들도 보여요.

다시 한번 강조 하지만, 와인 문화를 더 많은 사람들이 접할수 있게 노력하는게 미래 지향적이라 생각합니다.

당연히 와인바 열풍에 대해서는 매우 긍정적이에요. 아주 대중화가 되기는 힘들겠지만, 꾸준히 사랑받는 문화로 자리 잡을것 같습니다.

최근에는 ‘피코크’와 손을 잡고 밀키트를 출시하셨어요

친구인 ‘미슐랭 1스타’를 받은 황진성 셰프가 이미 밀키트를 하고있어, 친구의 소개로 좋은 기회를 얻었어요.

밀키트의 기술력은 상상 이상이었어요. 회사 측에 시스템도 훌륭했고, 돼지 소창부터 피까지 모두 취급 가능하다는 점도 놀라웠스빈다.

몇 차례 테이스팅과 수정을 거쳐 순대 전골, 순대 단품 등을 출시했는데, 80퍼센트 이상 퀄리티의 제품이 출시됐습니다.

2차 조리과정을 거치며 어쩔 수 없는 20퍼센트 정도의 맛 차이는 있지만 충분히 타협 가능한 범주 안에 있다고 생각해요(웃음)

밀키트에 대한 의견이 양반 됩니다.

저는 매우 긍정적이에요 물론 밀키트가 요식업의 ‘미래’가 될수는 없지만, 음악에도 장르가 있듯 밀키트도 하나의 장르라 생각해요

7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한 ‘내 이름은 돌러마이트’라는 영화가 있어요. 영화의 주인공은 스탠딩 코미디를 하는 개그맨인데, 전국으로 진출하고 싶지만 여의치 않았고 결국 음반 발매를 통해 성공하죠.

우리가 하는 레스토랑이 스탠딩 코미디고 밀키트가 음반이라 생각해요. 스탠딩 코미디에서 느낄수 있는 현장의 호흡이나 분위기를 즐길수는 없지만, 밀키트를 통해 제 음식을 직접 먹을 수 없는 사람들과도 소통할수 있거든요.

음식 사업은 사람들의 관심과 자본이 들어와야 발전해요. 밀키트를 통해 나를 알게된 소비자가 언젠가 내 음식을 먹기 위해 올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밀키트는 하나의 장르로서 충분한 역할을 하고 있어요. (웃음)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

김대영 대표와 함께 화성에 진출해 밀키트 사업을 하고 싶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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