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적인 ‘아마추어’들의 ‘프로’레슬링, 학생 프로레슬링 – 2

2편 – 학생 프로레슬링의 특징

최지원 승인 2021.08.28 23:02 의견 0
HARASHIMA (촬영 : 변성재 기자)


1편에서는 학생 프로레슬링의 역사에 대해서 다뤄 보았다. 그렇다면 이 학생 프로레슬링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고, 기존의 엘리트 레슬링계와 어떤 면에서 다른 것인가?

이번 학생 프로레슬링 칼럼 2편에서는 이 부분에 중점을 두려고 한다.

2편 - 학생 프로레슬링의 특징

1. 링네임이 특이하다

프로레슬러는 링 위에 올라설 때 본명을 사용하는 경우도 많지만 본명과는 또다른, 사각의 링 위에서만 사용하는 이름을 만드는 경우 또한 많다. 특히 학생 프로레슬링의 경우 거의 모든 선수들이 본명이 아닌 링네임을 사용하는데, 이 링네임들이 하나같이 비정상적인 센스를 자랑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 이유는 보통 월 1회 정도로 흥행 수 자체가 프로레슬링 단체들보다 훨씬 적은 학생 프로레슬링계에서, 흥행을 보러 와준 관객들에게 한 번 들으면 잊을 수 없을 정도로 깊이 각인되는 특이한 링네임은 선수들에 대한 사전 정보가 없어도 보고 있는 선수들을 구별할 수 있도록 가장 확실히 어필할 수 있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학생 프로레슬링에서 사용하는 링네임의 주요 작명법은 세 가지 정도가 있는데 우선 첫째로는, 유명 선수들의 링네임의 패러디가 있다.

세 작명법 중에 가장 오소독스한 방법으로, 과거 유명 선수들이나 현역 선수들의 링네임을 패러디하는 방법이다. 학생 프로레슬링 시절 이런 링네임을 사용했던 현역 프로레슬러 몇 명의 예를 들자면

HARASHIMA(DDT) – 아수라 하라시마 : 80년대 전일본의 유명 선수 '아수라 하라'의 패러디.

타카오 소마(DDT) – BIMA : GLEAT 소속 선수이자 베테랑 주니어헤비급 선수, 'CIMA'의 패러디.

시노부(암흑프로레스조직 666) – 매그넘KYOTO : 주니어 헤비급의 천국인 드래곤 게이트의 초창기 에이스, '매그넘TOKYO'의 패러디

등이 있다.

두 번째로는, 일본어로 ‘시모네타(下ネタ)’라고 불리우는 성적인 농담으로 링 네임을 만드는 방법이다. ‘시모네타 링네임’은 얼핏 저열해 보이기도 하지만 특정인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서는 한국보다 성적인 농담에 훨씬 관대한 일본에서 사회적으로 물의가 되지도 않고, 보통 이런 원초적이고 노골적인 농담들이 사람들 기억 속에는 훨씬 잘 남는다는 이유로 순간의 강렬한 인상이 필요한 학생 프로레슬링계에서 애용되고 있다.

이러한 링네임을 쓰던 선수들 중 비교적 수위가 낮은 몇 명만 소개하자면

미스터 간노스케(은퇴) - 소프(일본에서 유흥업소를 일컫는 소프랜드의 줄임말) 연장

학생 프로레슬링 시절 링네임 그대로 현역 생활 중인 게이 기믹의 ‘남색(男色) 디노(DDT)

타나하시 히로시(신일본) – 타나 더 인서트

등이 있다.

세번째로는, 위의 두 가지를 다 합쳐놓은 시모네타 + 링네임 패러디 유형이 있는데, 첫번째와 두번째 유형을 합쳐 놓아서 더욱 첫인상을 강하게 남길 수 있는 링네임 작명법이다.

꽤 빈번하게 현역 선수 이름에다가 성적 농담까지 집어넣기 때문에 명예훼손으로 고발당할 위험성이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지만, 적어도 현재까지 고발당한 사례는 없으며 이를 반증하듯 가장 인기있는 작명법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 부류에 속하는 선수들로는

맨즈 테이오 (프리랜서) – 테리 퍽 : 하드코어의 신이라 불리우는 레슬러 '테리 펑크'의 패러디.

갓츠 이시자와 (TTT) – 후유키 뇨도(尿道) : 90년대를 풍미한 악역, ’불합리 대왕’ 후유키 고도(弘道)의 패러디.

등이 있다.

2. 특유의 자주성과 독창성

우선 일본 학교에서의 동아리 활동에는 ‘부활동=클럽(部活=クラブ)’와 ‘서클(サークル)’이라는 두 가지 개념이 있는데, 부활동은 대회 참가 등 교외 활동을 통해 실적을 증명해야 하는 대신 학교에서 지원금을 받지만, 서클은 실적제도 아니고 인원만 확보하면 분야는 자유인 대신 학교에서 지원금을 못 받는다는 차이점이 있다.

물론 프로레슬링은 결과가 정해져 있고, 기록으로 실적을 겨루는 스포츠가 아니기 때문에 실적 증명이 힘들어 큐슈산업대학 프로레스연구부 등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한 거의 모든 학생 프로레슬링 동아리들이 지원금 제로의 서클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흥행 장소 대관과 전용 링의 필요 등 프로레슬링 흥행에는 언제나 상당한 돈이 필요하다. 구기 계열 스포츠만큼의 돈이 필요함에도 돈이 없다는 아이러니함을 언제나 안고 사는 셈이다. 그럼에도 학생 프로레슬링은 40년이 넘는 역사를 이어가고 있는데,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지켜온 학생 프로레슬링 관계자들의 자주성과 단결력 이외에 그 비결을 설명할 방법은 없다.

현역 학생들이 아르바이트로 자금을 마련해서 두 달마다 학교 자체 흥행을 치르는 것은 기본이고, 프로레슬링 인기 감소 이후 불거진 인원 부족과 한 번 대여에 보통 5만엔(약 50만원)을 넘는 링 대여비를 극복하기 위해 프로 단체들과는 다르게 서슴없이 다른 학교 단체와 연습과 흥행을 함께한다.

거기다 한 술 더 떠 프로에선 불가능에 가까운 연맹(연합)제도 일찍이 받아들였고, 그 예로 관동(関東) 지방에서는 7개교 이상이 ‘UWF 관동프로레스연맹’의 이름 아래 뭉쳐 무려 40년 넘게 서로 고락을 함께하는 자주성과 단결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 정신들을 현역 선수들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여서, 4학년을 마치고 학생 프로레슬링에서 은퇴한 OB들도 자발적으로 돈을 모금해서 모교에 링을 마련해 주는 등 필요 비용을 마련해 주거나 1년에 한 번 있는 학생 프로레슬링계의 전국 대회, ‘학생 프로레슬링 서밋’ 기간에 직접적으로 홍보를 돕는 등 물적, 인력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그리고 학생 프로레슬링 출신의 업계 관련자들(주로 프런트진, 심판 등)은 흥행이 없는 날에 소속 프로 단체의 링을 대여해 주거나, 신분이 보장된 메이저 단체만 대여 신청을 할 수 있는 프로레슬링의 성지, 고라쿠엔 홀 대여의 보증인이 되어 ‘학생 프로레슬링 서밋’이 고라쿠엔 홀에서 열리게 도와주기도 하며 학생 프로레슬링 출신 프로레슬러 혹은 사회인 레슬러들이 학생 프로레슬링 흥행에 1회성 출연을 해 주는 등 학생 프로레슬링 부흥의 이름 아래 이들은 실로 놀라운 힘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힘을 그냥 썩히긴 아까웠는지 2004년 테이쿄대학 프로레스연구부(SWS)을 중심으로 아예 학생 프로레슬링 출신 선수들로 구성된 ‘갓츠 월드 프로레슬링’(위의 갓츠 이시자와가 주축이 되어 세웠다.)이 탄생한 적도 있는데, 결과적으론 실패했지만 십년을 넘게 존재하면서 학생 프로레슬링 1세대이자 하드코어 레전드인 미스터 간노스케가 이곳 소속으로 현역으로 복귀하는 등 나름의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3. 관객 어필에 능하다

다른 선수들이 프로레슬러를 목표로 해도 고등학생 – 대학생 때는 개인 종목 성과를 위해 고독한 싸움에 전념해야 하는 반면, 성과에서 자유로운 대신 관객과 바로 마주하는 학생 프로레슬링 선수들은 대학 생활 4년간 자신의 기믹과 어필 방법 등 관중들의 반응을 이끌 수 있는 방법을 끊임없이 연구한다.

그러한 이유로 학생 프로레슬링 출신 선수들은 마이크웤과 팬 서비스로 프로레슬링의 인기를 되살려낸 일본 프로레슬링계의 구세주, 타나하시 히로시(신일본)를 필두로

마카베 토우기 (촬영 : 변성재 기자)


- 훌륭한 인품과 특유의 캐릭터, 입담으로 방송과 영화계까지 진출해서 인기를 얻고 있는 마카베 토우기(신일본)

- 마이너 중 마이너였던 DDT 프로레슬링을 지탱하며 메이저 단체급의 인기 단체로 견인해낸 DDT의 에이스, HARASHIMA(DDT)

- DDT 기믹 매치의 중심이자 DDT에 없어선 안될 초인기 감초, 남색 디노(DDT)

- 보기만 해도 응원하고 싶어지는 언더독적인 매력으로 DDT 산하 단체 간바레☆프로레스를 이끌어가는 오오카 켄(간바레☆프로레스)

등 현역 선수들 중에서도 일반 선수들보다 관객 어필에 능한 선수의 비율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심지어 학생 프로레슬링 출신이지만 관객 어필과 전혀 관계가 없던 투박한 이미지의 신인급 선수, 이나무라 요시키(NOAH) 조차 거대 타이어를 활용한 훈련 모습이 SNS에서 화제가 되자마자 ‘이나무라’ 하면 ‘타이어’가 떠오르게끔 타이어를 모티브로 한 링 기어를 새로 맞추는 등 갑작스레 찾아온 관객 어필 기회를 적극 활용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학생 프로레슬링 출신자들이 관객 어필에 능숙함을 다시금 보여주고 있다.

이와 같이 이번에는 학생 프로레슬링의 특징에 대하여 다뤄 보았다.

4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학생 프로레슬링을 이 칼럼 단 하나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학생 프로레슬링을 소개하는 최초의 글로써 학생 프로레슬링에 대한 약간의 궁금증이 해결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국내 유일의 학생 프로레슬링 출신 선수로서 흔쾌히 경험담을 들려주고 내용 감수를 맡아 준 PWS의 하다온 선수에게 큰 감사를 표하며 이번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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