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우용 칼럼] 잠 못드는 10월의 밤, 우리에게 필요한건 '차' 한잔의 여유

임우용 승인 2021.10.20 06:06 의견 0
[사진출처=getty image]


[더파인더=임우용 기자] “우린 지금 혹시 차 한잔을 함께 했을까?”

가수 신승훈은 그의 노래 ‘나비효과’에서 헤어진 연인을 그리워하며 이렇게 노래했다. 혹시 이별하지 않았다면, 지금쯤 ‘차’ 한잔을 함께 하지 않았을까?라며 궁금해했다.

나에게도 마찬가지. 차(茶)는 낭만적이다. 마음의 여유를 느끼고 가끔은 지난날을 생각하게 만든다.

지난 2019년 1월 군입대를 2주가량 남긴 나는 도쿄로 향했다. 큰 까닭이 있었다기보다 곧 세상과 단절된다는 착잡함에, 멀리 떠나고 싶어 내린 ‘소심한’ 결정이었다.

이왕이면 여러 나라의 사람들과 교류하고 싶었다. 도쿄와 요코하마 사이 위치한 한국어 후기가 없으며, 다인실이 있는 호스텔에 짐을 풀었다.

씩씩하게 떠났고 각국에서 온 이들 앞에 당당히 “곧 군입대를 하지만 전혀 두렵지 않다”며 너스레 떨었지만, 밤이 되면 알 수 없는 우울함에 쉽게 잠에 들지 못했다.

결국 거슬리는 시계 초침 소리에 못 이겨 의미 없는 휴대폰을 손에 쥐면, 호스트 아주머니께서는 따뜻한 차 한잔을 내어주셨다.

“일본인이 장수하는 비결은 이 차에 있어. 차를 마시면 질 높은 수면을 취할수 있고, 몸에 있는 노폐물들도 다 씻어주지 심지어 안 좋은 감정까지도 모두 씻고 내려가”라며 나의 새벽 감성을 모두 망쳐버리곤 말이다.

물론 차를 마시며 잠깐의 우울을 즐기니 온갖 피로가 몰려왔다. 응당 차에 수면제를 탄 것은 아닐 텐데 말이다.

도쿄에서의 1주일은 눈 깜박한 새 지나갔다. 아주머니는 세상이 다 무너진듯한 표정의 내가 불쌍했는지, 작은 종이 상자에 담긴 티백을 주셨다. 큰 의미를 두지 않았기에, 내 방 한 편에 무심히 자리했다.

눈을 한 번 더 깜박여보니, 158번 훈련병이 돼 있었다. 겨울 한파에 목이 찢어질 것 같아 못 견디겠을 즈음. 병사들을 위해 준비했다는 온갖 생색과 함께 ‘한방차’라 불리는 따뜻한 액체가 생활관 한가운데 자리했다.

이른 새벽 잠에서 깨 불침번 근무를 서면 아픈 목이 나을 거라 믿으며 한 잔씩 마셨었다. 으레 목 상태는 호전되지 않았고 일본에서의 포근함 역시 없었지만, 알수없는 낭만에 잠겨 편안한 잠자리에 드는 건 마찬가지였다.

“안 좋은 감정까지도 모두 씻고 내려가 ” 호스텔의 아주머니가 해주셨던 말.

차가 가진 특별한 힘인가보다. ‘다산(茶山)’ 정약용 선생도 생전 “차를 마시는 민족은 흥하고, 술을 즐기는 민족은 망한다”고 말했다 하니, 잠 못 드는 밤 차 한잔의 감상에 잠겼던 것은 넓은 문명의 잔해에 묻힌 그들도 매한가지였을 수도.

아주머니께서 주셨던 차의 이름은 ‘캐모마일’. 땅에서 자란 사과라는 뜻으로 유럽 북아프리카와 북아시아가 원산지다. 부드러운 향과 정신을 안정시키는 효능을 가지고 있어 심신안정에 도움도 준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캐모마일의 꽃말을 찾아봤다. ‘역경에 굴하지 않는 힘’. 군 휴가에 나올 때면 밤마다 한 잔씩 마셨으니, 어쩌면 무사 전역의 1등 공신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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